작은 씨앗 안에서 큰 나무를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감각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 있는 잠재력이 금방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신앙에 대한 우리의 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통계가 알려 주는 숫자나 양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온전한 신앙은 어려운 박해 시기에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교회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내가 이웃과 나누는 사랑도 말이나 선물이 주는 외적인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려운 시절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내적인 교감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십니다.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이지만, 하늘의 새들이 깃들만큼 크게 자랄 씨앗입니다. 보잘것없는 누룩이 밀가루 속에 들어가 온통 부풀어 오르는 그 가능성이 바로 하늘 나라의 출발입니다.
가능성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희망은 외적인 조건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늘 나라에 대한 믿음으로 얻어지는 것이고, 이 희망은 나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의 희망으로 이미 시작되고, 우리의 투신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신부)
<가톨릭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