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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방

 
작성일 : 14-03-08 16:17
터키 콘야 근교의 성헬레나교회를 찾아서
 글쓴이 : 샬롬
조회 : 1,659  




때론 혼자 여행하는 것도 운치 있다.
혼자 다니다 보면 평소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여유있는 틈을 이용해 콘야를 다녀왔다.
콘야는 앙카라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버스로는 3-4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번엔 혼자서, 그리고 버스말고 express 열차를 이용하기로 맘먹었다.
기차표를 미리 예약해서 아침에 떠나 당일 돌아오는 일정으로.
 
터키의 express열차는 우리나라의 KTX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제법 속도를 낸다.
최고 속도가 시속 250km까지 나온다. KTX에 비해 좌석간격은 다소 넓어 보인다.
콘야 가는 길에 보이는 아나톨리아 대평원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광활한 곳이다.
기차 창밖으로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이 땅들이 모두 경작 가능한 땅들이니 정말 먹을거리는 걱정없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기본적인 식료품값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큰 바케트 빵 하나가 우리돈으로
500원도 채 안된다.
앙카라 떠난지 1시간 50분만에 콘야에 도착.
콘야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레비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회전하는 춤이 곁들인 세마라 불리는 종교의식 및 명상수행법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또한 이슬람사원과 박물관도 여럿 있다.
비가 뿌리는 날씨여서 다소 으스스하다.
그래도 우산을 쓴 사람보다 그냥 비를 맞는 사람이 훨씬 많다.
시내를 구경하고 시내중심에 있는 알라딘공원을 들르고 난후,
박물관 구경하다 터키 중고등학생을 만났다. 애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양할 이유가 없다. 한류덕분에 나도 스타가 된 느낌이다.
박물관을 빠져나와 여행안내 책자에 있는 성헬레나교회로 향했다.
이 교회는 콘야시내에서 7km 떨어진 곳의 "실레"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고 되어 있다.
버스표를 구입하고 가는 버스를 확인한 후, 한참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타서 자리잡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좀 시간이 지나서 차창밖으로 실레라는 간판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서 앞에 앉은 터키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한참을 얘기하며 "실레"라고 한다.
이렇게 빨리 도착했을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으나 일단 버스에서 내렸다.
아! 그런데 실레라는 동일한 지명이 두군데 있다는 것을 정류장에 있는 학생들로부터
대충 알게 되었다. 나중에 유추하니 여기 실레가느냐 아니면 종점의 실레에 가느냐고
아주머니가 터키어로 얘기한 것 같았다. 터키어를 모르니 이를 알리가 만무하다.
시행착오도 엄연히 여행의 부분이다. 때론 이런 실수가 더욱 풍성한 얘기거리가 된다.
덕분에 학생들이랑 같이 버스를 기다리며 겨우 아는 몇 마디로 얘기를 나누었다.
나보고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묻는다.
지리시간에 졸지 않고 공부하다 사회시간에는 졸았나 보다.
그래도 그만큼 아는 것도 기특하다.   
아무튼 한 학생이 나서서 자기도 실레를 간다고 나보고
친절하게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실레. 알고보니 버스종점이다.
을씨년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그만하고 한적한 마을 풍경과 군데군데 동굴 집들, 그리고
잘 복원된 성헬레나교회를 둘러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즐거운 여행이었다.

어거스틴 14-03-09 12:11
 
박교수님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생생한 사진 감사합니다. 비록 이 곳에 있지만 박교수님과 같이 여행을 하는 것처럼 유쾌해 졌습니다.